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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칼럼] 어촌을 살리려면

어촌을 살리려면  

[여의나루]  파이낸셜뉴스  2016년 03월 11일자 31면 


유엔 산하에는 많은 국제기구와 각종 유산제도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소중한 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해 인류의 삶과 생활을 윤택하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유산제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대별된다. 이 중에서 우리 귀에 익숙하게 다가오는 용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일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세계자연유산, 세계복합유산으로 분류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이다. 이 밖에도 세계기록유산, 세계무형유산이 있다,

FAO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02년이다. 농업, 어업, 임업, 축산업과 관련된 유산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농업유산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열망 및 환경과의 동반 적응을 통해 진화돼온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토지이용시스템과 경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국가중요농어업유산제도'가 도입됐다. 완도군의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도의 '제주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로 2014년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다소 늦긴 했지만 해양수산부에서도 2015년에 '국가중요어업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오랜 기간 동안 형성.진화시켜온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어업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어업경관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어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 첫 번째로 '제주도 해녀어업'이 지난해 12월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제주해녀는 맨몸으로 무자맥질해서 소라, 해삼, 전복, 미역, 천초 등 해산물을 직업적으로 채취하는 전통어업시스템이며 제주해녀와 연관된 불턱, 해신당, 해녀복과 낫, 골갱이, 수중안경 등의 물질도구 등 유형유산자원과 잠수굿, 요왕맞이제, 액막이, 씨드림과 같은 무형유산자원 등 독특한 해녀문화를 진화시켜온 유.무형의 유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제주해녀와 함께 '전남 보성 뻘배어업'과 '경남 남해 죽방렴어업'이 제2호, 제3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뻘배어업은 아주 미세한 진흙 위에서 꼬막을 채취하는 어업으로 고려사에 강요주(江瑤珠)를 잡는 어업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어업형태이다. 그리고 죽방렴어업 역시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정치성 함정어구를 설치해서 조업을 하는 친환경적 전통어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개발지향적 어촌개발정책으로 어촌 공간에는 높은 가치를 지닌 어업유산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어업유산의 보전과 활용을 통해 어촌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보전.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즉, 어촌에 남아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자원의 보전.활용을 통해서 어촌공간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어촌개발전략을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어촌을 보다 정체성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어업유산을 제대로 보전하는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행히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유산의 보전.활용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유산자원의 복원, 주변환경 정비, 관광자원 활용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가능하다.

우리의 조상들이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과정에서 형성된 지혜와 기술, 그 시대의 고유한 문화 그리고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우리의 어업유산이 보다 많이 발굴돼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고 나아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성진 전 한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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